한 주 동안 코스피는 1.79% 내렸고 코스닥은 4.55% 올랐다. 같은 나라 같은 시간대의 두 지수가 6%포인트 넘게 갈라졌다는 것은 시장이 오르내린 문제가 아니라 시장 안에서 돈이 이사를 갔다는 뜻이다. 그 이사의 출발점은 월요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실망이었고, 도착점은 금요일 미국의 반도체 관세 검토였다. 그 사이 나흘 동안 지수를 떠받친 것은 새로운 매수자가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사들인 자기 주식이었다.
한 주 돌아보기
이번 주는 사건이 하루에 하나씩, 순서대로 얹힌 주였다.
월요일(8/24) — 삼성전자가 8월 21일 이사회에서 확정한 2026년 주주환원 재원 90조~110조원이 시장에 반영된 첫날이다. 숫자는 역대 최대였지만 주가에 직접 작용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비어 있었고, 세부 방안은 10월, 최종 실행계획은 2027년 1월로 미뤄졌다. 상단 기대치가 140조원까지 올라 있던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은 숫자는 곧 실망이었다. 삼성전자가 8.70% 내린 25만7000원에 마감하며 코스피는 3.12% 밀린 6,696.96으로 6700선을 내줬다(한국경제). 그런데 같은 날 코스닥은 1.42% 올랐다.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비만신약 후보물질을 최대 23억달러에 넘긴다는 공시로 29.96% 뛰었고(한국경제), 에코프로비엠이 10.80%, 에코프로가 7.59% 올랐다. 반도체에서 빠진 돈이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옆으로 걸어갔다.
화요일(8/25) — 코스피가 장중 4%대까지 밀렸다가 0.68% 상승으로 마감했다. 반전을 만든 것은 외국인도 연기금도 아니었다. 외국인이 3조8000억원대를 순매도하는 동안 기타법인 순매수가 1조5920억원으로 불어났고, 그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장 전 신고한 자사주 장내매수 물량이었다(머니투데이). 실제 상승 에너지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건설이 8.73%, 기계·장비가 6.74%, 전기·가스가 3.26% 오르며 전력·인프라 밸류체인이 지수를 밀었다.
수요일(8/26) — 개인이 2조2000억원을 던졌는데도 코스피가 0.97% 올라 6,808.21로 6800선을 되찾았다. 기타법인이 다시 1조5981억원을 사들였고, 전날 3조8140억원을 팔았던 외국인은 1162억원 순매도로 물러섰다. 매수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을 멈춘 것이다. 대형주에는 자사주라는 전용 수급이 붙었지만 중소형주에는 그것이 없어 코스닥은 0.03% 하락했다.
목요일(8/27) — 국내 개장 전 나온 엔비디아 실적이 판을 다시 깔았다. 삼성전자는 3.25% 오른 27만원, SK하이닉스는 5.21% 오른 177만6000원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오전 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두 번째 연속 인상하자 시초 갭의 절반이 사라졌고, 종가는 각각 1.72%와 2.49% 상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지수는 6,912.37로 1.53% 올라 사흘 연속 상승했다.
금요일(8/28) — 그리고 그 사흘이 하루에 지워졌다. 미국이 수입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전자가 3.38%, SK하이닉스가 4.45% 빠졌고, 외국인이 1조7560억원, 기관이 284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1.79% 내린 6,788.88로 다시 6800선을 내줬다(한국경제, 아주경제). 목요일 종가 6,912.37에서 금요일 6,788.88까지, 이번 주 코스피가 잃은 것의 거의 전부가 마지막 하루에 집중됐다.
| 지수·자산 | 종가 | 주간 등락률 | 비고 |
|---|---|---|---|
| 코스피 | 6,788.88 | -1.79% | 금요일 하루에 주간 낙폭 대부분이 집중 |
| 코스피200 | 1,065.70 | -2.79% | 대형주 쏠림 구조가 그대로 반영 |
| 코스닥 | 838.41 | +4.55% | 직전 주 급락(8/21 -4.63%)에서의 되돌림 |
| 나스닥 | 26,541.35 | +1.82% | 엔비디아 실적이 견인 |
| S&P 500 | 7,730.99 | +1.18% | 목요일 상승 섹터는 11개 중 기술주 하나 |
| 다우존스 | 53,569.44 | +1.54% | |
| 닛케이225 | 66,131.98 | -0.13% | |
| 상하이종합 | 3,956.57 | +1.35% | |
| VIX | 14.51 | -9.37% | 글로벌 위험선호는 오히려 개선 |
| EWY(미국상장 한국 ETF) | 182.14 | +2.23% | 코스피와 방향이 반대 |
| 미 10년물 금리 | 4.67 | -0.51% | 주중 4.74→4.64→4.67 |
| 원/달러 환율 | 1,371.50 | -0.97% | 외국인 대량 매도에도 원화 강세 |
| 금 | 4,478.10 | -3.16% | |
| WTI 원유 | 83.40 | -4.20% | 수요 전망 하향 + OPEC+ 증산 |
| 비트코인 | 78,140.71 | +0.50% | 주중 8만달러 회복 후 반락 |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줄은 마지막이 아니라 중간이다. VIX가 9% 넘게 내리고 나스닥이 1.8% 오르는 동안, 즉 글로벌 위험선호가 개선되는 동안 코스피만 홀로 빠졌다. 미국에 상장된 한국 ETF가 2.23% 오른 것과 코스피가 1.79% 내린 것 사이의 4%포인트 괴리도 같은 이야기다. 이번 주 코스피를 누른 것은 세계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변수였다.
자사주가 만든 바닥, 그리고 그 바닥의 유효기간
이번 주 국내 증시의 구조를 하나만 기억한다면 이것이다.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 동안 기타법인이 각각 1조5920억원, 1조5981억원을 순매수했고, 그 대부분이 SK하이닉스가 8월 19일 결의한 40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2407만주, 발행주식의 3.3%)과 삼성전자가 뒤늦게 합류한 200만주 장내매수 물량이었다. 화요일 기타법인 순매수는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SK하이닉스 한 종목에서만 외국인 1조9957억원 순매도를 기타법인 1조488억원이 받아냈고, 그중 96.4%가 회사가 개장 전 신고한 자사주였다.
기업이 자기 주식을 사서 지수를 떠받치는 구조는 이례적이고, 이례적인 만큼 세 가지 단서가 붙는다.
첫째, 시한이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입 기간은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이지만 현재 진도라면 10월 중순, 삼성전자는 10월 초에 물량이 소진된다. 자사주 매입은 소각과 결합될 때 주당 가치를 실제로 높이는 정공법이지만, 매입이 진행되는 동안의 주가 방어 효과는 매입이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난다.
둘째, 원인이 아니라 결과를 흡수한다. 자사주는 외국인이 왜 파는지를 바꾸지 못하고 그들이 던진 물량만 받아낼 뿐이다. 이번 주 외국인 순매도는 화요일 3조8000억원, 수요일 1162억원, 금요일 1조7560억원으로 완전히 멈춘 적이 없다. 수요일의 1162억원은 매도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쉬었다는 뜻이었고, 금요일에 그것이 확인됐다.
셋째, 시장 구조가 진폭을 키운다. 국내 ETF 순자산이 450조원을 넘어 전통 공모펀드를 추월하는 동안 투자신탁의 시장 매수 비중은 2010년 8%에서 올해 2.19%로 줄었다. 방향을 완충하던 액티브 자금이 사라지고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만 남은 시장에서, 상위 AI·반도체 종목이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하루에 4% 빠졌다가 플러스로 마감하는 진폭이 반복된다. 화요일의 롤러코스터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이번 주 지수 흐름을 읽을 때 “코스피가 사흘 연속 올랐다"는 문장보다 “회사가 사는 동안 올랐다"는 문장이 더 정확하다. 목요일 지수가 1.53% 올랐음에도 코스피200 선물 거래량이 전일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 삼성전자 거래량이 평소의 0.62배에 그쳤다는 사실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신규 자금이 들어와 만든 상승이 아니었다.
지수·매크로 심층 — 금리의 상단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상단이 더 높아졌다
이번 주 매크로는 세 개의 이벤트로 압축된다. 미국 7월 PCE, 한국은행 금통위, 그리고 워시 연준 의장의 첫 잭슨홀 연설이다. 셋 다 같은 질문을 향해 있었다. 물가가 3%대에서 굳어버린 세계에서 할인율은 어디까지 오르는가.
첫째, 물가가 멈춰 섰다. 미 7월 개인소비지출 물가는 전년 대비 3.7%로 예상을 소폭 웃돌았고, 연준이 더 중시하는 근원 PCE는 3.3%로 예상에 부합했다. 문제는 이 3.3%가 5월 3.5%에서 6월 3.3%로 내려온 뒤 그대로 멈춰 섰다는 데 있다. 물가가 목표를 향해 계속 내려가는 것과 3%대 초반에서 굳어버리는 것은 중앙은행에게 전혀 다른 문제다. 발표 직후 코스피200 야간선물이 밀리고 미 10년물이 4.66%로 오른 것은 시장이 후자로 읽었다는 뜻이다.
둘째, 한국은행이 먼저 움직였다. 금통위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두 번째 연속 인상했다. 물가 오름세와 주택가격, 환율을 동시에 겨냥한 선제 대응이라는 설명이었고, 신현송 총재는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았다"는 표현으로 조기 대응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향후 6개월 네 차례 회의 동안 한 번 정도 추가 인상에 그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머니투데이). 이른바 도비시 하이크다. 할인율은 올라갔지만 그 상단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목요일 시장을 위로 돌려세웠다. 원/달러 환율이 주간 0.97% 내려 1,371.50원까지 절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이 한 주에 5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동안 원화가 오히려 강해졌다는 것은, 이번 매도가 한국이라는 자산군 전체에서 발을 빼는 성격이 아니라 반도체 비중을 조정하는 성격이었음을 시사한다.
셋째, 그런데 미국의 상단이 다시 높아졌다. 워시 연준 의장은 8월 2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잭슨홀 기조연설에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 관련 지표들이 더욱 우려스럽다"고 진단하고, 현재의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머니투데이). 금융여건이 긴축적이지 않다는 말은 더 조일 여지가 있다는 말과 같다. 연설 직후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FOMC 25bp 인상 확률은 57%대까지 올라섰다(한국경제). 다만 채권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얌전했다. 30년물 금리는 5.1%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는데, 재무부가 장기물 바이백을 회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확대하고 9500억달러 규모 일반계정을 재원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구도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경제).
여기에서 이번 국면의 가장 중요한 긴장이 드러난다. 통화당국은 조이려 하고 재정당국은 장기금리를 누르려 한다. 이 두 힘이 부딪히는 동안 시장은 어느 쪽이 이길지에 따라 자산을 다르게 가격한다. 주중 금이 한때 4,700달러선까지 올랐다가 주간으로는 3.16% 하락한 것, 비트코인이 8만달러를 회복했다가 되밀린 것은 모두 이 판정이 아직 나지 않았다는 표시다.
한 가지 시간 순서를 분명히 해둔다. 워시의 연설은 한국시간 금요일 밤 11시, 국내 장이 모두 끝난 뒤에 있었다. 따라서 이 연설은 금요일 코스피 1.79% 하락의 원인이 아니다. 금요일에 국내에서 작동한 것은 연설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주말 갭 리스크를 안고 마감해야 한다는 사전 경계감이었고, 여기에 아래에서 다룰 반도체 관세 변수가 얹혔다. 연설의 실제 내용은 다음 주 월요일 시초가에 반영된다.
주도 테마와 종목 — 세 갈래로 갈라진 자금
이번 주 자금은 세 갈래로 갈라졌고, 각각 원인이 달랐다.
첫 번째 갈래는 반도체다. 목요일 새벽 엔비디아가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 962억달러(전년 대비 106% 증가), 데이터센터 매출 890억달러(117% 증가)를 발표하고 다음 분기 가이던스로 1080억달러를 제시했다. 결정타는 콘퍼런스 콜이었다. CFO가 2028 회계연도 매출 70% 성장을 언급했는데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는 44~45%였다(CNBC). 국내에 가장 직접적인 것은 구매 약정 잔액이 1190억달러에서 2790억달러로 한 분기 만에 2.3배 늘었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메모리 조달이라는 사실이었다. 업황 기대와 구매자가 재무제표에 걸어둔 약정은 무게가 다르다. 엔비디아는 같은 자리에서 SK하이닉스와의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SK텔레콤·네이버·브룩필드와의 기가와트급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을 직접 거론했다(머니투데이).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 규모 미국 첫 HBM 후공정 패키징 기지를 기공하며 2029년 3분기 HBM4E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CNBC).
수요는 이렇게 두꺼워졌는데, 주간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삼성전자는 주간 8.7% 하락으로 사실상 월요일 급락 수준까지 되돌아갔고, 마이크론도 주간 4.0%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주간 5.1% 올랐다. 수요를 사는 쪽과 그 수요에 부품을 대는 쪽의 주가가 갈렸다는 것이 이번 주의 핵심 비대칭이고, 그 이유는 뒤의 관세 섹션에 있다.
두 번째 갈래는 전력·인프라다. 화요일 건설 8.73%, 기계·장비 6.74%라는 업종 등락률은 이번 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숫자였다. 배경에는 정부가 확정한 14조2000억원 규모 15개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있다.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구축 기간이 18개월가량 단축된다(머니투데이). 여기에 앤스로픽이 엔스케일과 약 45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맺고 460메가와트급 연산 용량을 빌린다는 소식이 겹쳤다(CNBC). AI 경쟁의 병목이 칩에서 전력과 부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서사가, 국내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두산에너빌리티·대한전선의 수주 잔고 이야기로 번역됐다. 이 테마의 강점은 반도체 사이클이 흔들려도 수요가 유지된다는 데 있고, 약점은 수주 인식과 매출 인식의 시차가 길어 기대가 먼저 소진되기 쉽다는 데 있다.
세 번째 갈래는 코스닥 순환매다. 코스닥 주간 4.55% 상승의 출발점은 월요일 한미약품의 29.96% 급등이었고, 이어 2차전지(에코프로비엠 +10.80%, 에코프로 +7.59%)와 반도체 소부장, 기판주로 옮겨갔다. 주 후반에는 심텍이 엔비디아 차세대 수요 대응 증설을 공시하며 급등했고 코리아써키트의 PCB 수주잔고 확대가 부각되는 등, 병목이 칩에서 기판으로 내려가는 흐름이 잡혔다. 다만 코스닥의 이번 상승은 직전 주 4.63% 급락에서의 되돌림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8월 21일 800선을 겨우 지켰던 지수가 838까지 회복한 것이지, 새로운 고지를 밟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목요일 미국에서 마벨은 실적 전망치를 올렸는데도 주가가 밀렸다. 8월 19일 공개한 구글과의 맞춤형 칩 확대 계약에 구글이 행사가 206.58달러로 5897만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가 붙어 있고, 이것이 약 6.3%의 희석 부담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MarketWatch). 같은 날 세일즈포스는 22%,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옥타는 각각 두 자릿수로 급등했다(CNBC). ‘AI 수혜’라는 이름표만으로 오르던 국면이 끝나고, 계약의 조건과 실제 마진 기여를 따지는 국면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여기에 오픈AI가 브로드컴과 만든 700W 추론 칩의 벤치마크를 공개하며 1200~1400W급 엔비디아 랙 대비 전력당 처리량 우위를 주장한 것(CNBC)도 같은 맥락이다. 메모리 총수요는 유지되더라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사느냐가 달라진다.
워치리스트 쪽에서는 LG전자가 주간 3.6% 상승으로 선방했다. 2분기 영업이익 1조5791억원으로 창사 이래 2분기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52주 밴드 중앙에 머물러 있는 소외 구간이라는 점,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이라는 별도 축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네이버는 주간 0.7% 하락으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엔비디아가 소버린 AI 파트너로 직접 호명한 재료와 검색 점유율 이탈이라는 구조적 부담이 상쇄된 결과다. 금호타이어는 주간 1.5% 올랐으나 거래량이 평균의 0.56배로 말라 있어, 광주공장 부지 재평가라는 재료가 선반영된 뒤의 공백기에 가깝다.
금요일에 새로 얹힌 변수 — 반도체 관세
금요일 하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미국이 수입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검토한다는 소식이었다. 구조는 단순하다. 미국 내에 투자하면 할당량까지 무관세, 하지 않으면 고율 관세라는 조건부 설계이고, 상무장관은 “미국 내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100% 관세를 물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만이 이미 유사한 무역협정 사례를 갖고 있어 한국·일본에 같은 틀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한국경제).
이 재료가 무거운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엔비디아 실적으로 확인된 수요 서사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만 때린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그 수요를 채우는 비용 구조가 한국 기업에만 달라진다. 목요일 엔비디아가 5% 넘게 오른 주에 삼성전자가 8.7% 빠진 비대칭의 정체가 여기에 있다.
둘째, 이미 진행 중인 투자가 협상 카드로 재해석된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40억달러 패키징 기지는 원래 관세 회피와 고객 밀착이라는 논거로 설명됐지만, 관세율이 투자 규모에 연동되는 구조가 확정되면 그것은 완성된 방패가 아니라 추가 투자 압박의 출발선이 된다. 반도체 사이클이 언젠가 꺾일 때 그 투자는 고정비로 남는다.
셋째, 한국 수출의 무게중심이 지금 정확히 여기에 있다. 8월 1~10일 수출 213억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46.8%를 차지했고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5.4% 늘어난 100억달러를 넘겼다(파이낸셜뉴스).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한 품목에 몰려 있다는 것은 호황기에는 레버리지이고 통상 분쟁기에는 취약점이다.
다만 균형을 위해 반대편 시각도 적어 둔다. 워싱턴에서는 이 관세를 대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일시적 수단으로 보는 평가가 있다. 관세율과 시행 시기, 대상 품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미국 스스로도 반도체 조달 비용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자해적’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에서, 최종안이 검토 단계의 헤드라인보다 완화될 여지는 남아 있다. 금요일 시장이 매긴 값은 확정된 손실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가격이다.
다음 주 전망과 일정
다음 주는 지표가 몰린 주다. 워시 연설로 9월 인상 확률이 57%대까지 올라선 상태에서, 그 확률을 확정하거나 되돌릴 숫자들이 연달아 나온다.
| 일정 | 시점 | 관전 포인트 |
|---|---|---|
| 한국 8월 수출입 동향 | 9/1(화) | HBM 호황이 매크로 숫자로 확인되는 자리. 반도체 수출 비중과 단가가 관세 논쟁의 근거 데이터가 된다 |
| 미 8월 ISM 제조업 PMI·JOLTS | 9/1(화) | 제조업 경기와 구인 건수 |
| 미 ADP 고용·연준 베이지북 | 9/2(수) | 고용 둔화 조짐이 있는지 1차 확인 |
| 미 8월 ISM 서비스업 PMI | 9/3(목) | 서비스 물가의 끈적임이 근원 PCE 3.3% 정체와 이어지는지 |
| 미 8월 고용보고서 | 9/4(금) | 이번 주의 본선. 고용이 견조하면 9월 인상 확률이 굳고, 꺾이면 워시의 매파 메시지에 제동이 걸린다 |
|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 | 9/9 | 신임 CEO의 첫 대형 기조연설. 폴더블 부품·디스플레이 소재 밸류체인에 선행 기대 |
| 국내 선물옵션 동시만기 + ECB 통화정책회의 | 9/10 | 분기 만기라 프로그램 매물과 지수 리밸런싱 변동성 |
| 미 상원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 절차 표결 | 9/15 | 비트코인 8만달러 랠리의 근거가 입법 일정으로 확인되는 시점 |
| 9월 FOMC | 9/15~16 | 인상 확률 57%대가 이미 반영. 점도표가 상단을 어디로 옮기는지가 국내 밸류에이션의 최대 변수 |
| 삼성전자 주주환원 세부 방안 | 10월 | 이번 달 급락의 원인이 소각 규모 미확정인 만큼 재평가의 분기점 |
시나리오는 크게 둘로 갈린다.
시나리오 A(확률 우위) — 반도체와 나머지의 온도차가 이어진다. 워시의 매파 메시지가 월요일 시초가에 반영되면서 금리 민감 업종이 눌리고,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열어 놓은 수요 서사와 관세 불확실성 사이에서 방향을 못 잡는 구간이 이어진다. 이 경우 지수는 6,700~6,900 사이의 좁은 구간을 오가고, 실제 수익은 지수가 아니라 전력·인프라나 기판처럼 서사가 살아 있는 하위 테마에서 나온다. 9월 4일 고용보고서가 이 국면을 깬다.
시나리오 B — 관세 불확실성이 조기에 걷힌다. 관세율과 면제 조건이 구체화되면서 시장이 값을 매길 수 있는 형태로 바뀌면, 금요일 낙폭은 과민반응으로 정리되고 반도체 대형주가 되돌림에 나선다. 이 경우 EWY와 코스피의 4%포인트 괴리가 위쪽으로 수렴한다. 다만 이 시나리오의 조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워싱턴의 일정이라, 미리 베팅하기보다 확인 후 대응하는 편이 맞다.
리스크 시나리오 — 9월 4일 고용이 견조하게 나오고 9월 FOMC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동시에, 10월 초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순차 종료된다. 할인율 상승과 수급 방어막 소멸이 겹치는 구간이 10월이며, 그 준비는 9월에 해야 한다.
전략 메모
시장 국면 진단. 지금은 상승 추세도 하락 추세도 아니라, 서로 다른 힘이 같은 지수 안에서 맞물려 있는 국면이다. 위로 미는 힘은 엔비디아가 재무제표에 걸어둔 2790억달러짜리 구매 약정과 자사주 매입 물량이고, 아래로 누르는 힘은 3%에서 굳어버린 물가와 반도체 관세다. 위로 미는 힘 둘 중 하나(자사주)는 10월에 끝나는 시한부이고, 아래로 누르는 힘 둘 다 시한이 없다. 이 비대칭이 지금 국면의 성격을 규정한다.
체크리스트 — 다음 주 이것만 보면 된다.
- 월요일 시초가가 워시 연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장중에 그 갭을 지키는지. 갭다운 후 회복하면 이미 금요일에 선반영된 것이고, 갭을 열어둔 채 밀리면 외국인 매도가 진행형이다.
- 반도체 대형주가 시초 강세를 반납하는 패턴이 반복되는지. 목요일 삼성전자는 3.25% 갭업의 절반을, SK하이닉스는 5.21% 갭업의 절반을 장중에 반납했다. 이 패턴이 이어진다면 매수 주체의 체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 외국인 순매도 규모. 이번 주 화요일 3.8조, 금요일 1.76조였다. 이 숫자가 줄어드는지가 자사주 방어막의 유효기간보다 중요하다.
- 상승이 반도체 밖으로 번지는지. 목요일 미국에서 S&P 500의 11개 섹터 중 오른 것이 기술주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은 랠리의 폭이 극단적으로 좁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전력·인프라와 소프트웨어·보안처럼 반도체 밖의 축에 자금이 붙는지가 지수 회복의 조건이다.
- 9월 4일 미 고용보고서. 이번 주의 다른 모든 지표는 이 숫자의 전주곡이다.
관찰 원칙 세 가지.
첫째, 호재의 시간대를 확인할 것. 이번 주는 시간 순서 하나로 해석이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됐다. 엔비디아 실적은 국내 개장 전에 나왔기 때문에 목요일 갭업의 원인이 될 수 있었지만, 워시 연설은 국내 마감 후였기 때문에 금요일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뉴스를 읽을 때 “언제 나왔는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이번 국면에서는 특히 값을 한다.
둘째, 수급의 주체를 분리해서 볼 것. 지수가 올랐다는 사실보다 누가 사서 올랐는지가 중요하다. 회사가 산 상승과 외국인이 산 상승은 지속성이 다르고, 거래량이 실린 상승과 매도가 멈춘 자리에서 값만 오른 상승도 다르다. 이번 주 대부분의 상승은 후자였다.
셋째, 테마 안에서 옥석을 가릴 것. 마벨이 전망을 올리고도 빠진 사건은 ‘AI 수혜’라는 이름표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주 헤드라인의 크기가 아니라 그 계약의 조건과 실제 마진 기여를 확인하는 시선이, 국내 AI 소부장에도 곧 적용될 것이다.
포지션 관점에서는 방향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9월 4일 고용과 9월 16일 FOMC라는 두 관문을 통과할 현금 비중을 정해두는 편이 실용적이다. 자사주라는 시한부 방어막이 유효한 9월 한 달은 하방이 상대적으로 두꺼운 구간이지만, 그 두께를 영구적인 것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 이 달의 유일한 규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