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식 2026년 7월 20일

사이드카가 먼저 걸리고, 그다음 서킷브레이커가 온다

프로그램 주문만 잠시 세우는 사이드카와 시장 전체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의 차이

2026년 3월 4일 오전, 코스닥은 11시 16분에 멈췄고 코스피는 3분 뒤인 11시 19분에 멈췄다. 두 지수 모두 전날 종가 대비 8% 넘게 빠진 상태가 1분간 이어졌고, 거래는 20분간 중단됐다. 그런데 그날 시장에 처음 걸린 브레이크는 서킷브레이커가 아니었다. 지수가 8%에 닿기 한참 전에 선물이 먼저 무너지면서 사이드카가 걸렸다. 같은 날 두 제도가 순서대로 작동했고, 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사이드카는 시장을 멈추지 않는다

사이드카의 정식 명칭은 프로그램매매호가 일시효력정지다. 이름에 이미 답이 있다. 멈추는 건 ‘프로그램매매 호가’이지 시장이 아니다.

기준이 되는 것도 현물 지수가 아니라 선물이다. 코스피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코스닥은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움직이고 동시에 코스닥150 지수가 3% 이상 움직여야 한다. 코스닥 선물은 원래 잘 튀기 때문에 현물 지수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뜻이다.

발동되면 5분간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선물이 급등했으면 프로그램 매수호가가, 급락했으면 매도호가가 멈춘다. 정지되는 건 그것뿐이다. 개인이 MTS에서 넣은 주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접수되고 체결된다. 호가창은 돌아가고, 주가는 계속 오르내린다. 5분 동안 손이 묶이는 건 기관과 외국인의 바스켓 주문뿐이다.

규정상 하루 한 번만 발동하고, 장 종료 40분 전인 오후 2시 50분 이후에는 아무리 급락해도 발동하지 않는다. 서킷브레이커가 걸려 있는 동안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고 밀려 있던 프로그램 호가가 다시 시장에 들어온다. 그러니 사이드카는 “시장이 멈췄다"기보다 “기계 주문에 5분짜리 진정제를 놓았다"에 가깝다. 실제로 변동성이 큰 해에는 한 해에 수십 차례씩 발동될 만큼 흔한 일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진짜로 멈춘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를 본다. 코스피 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1단계가 발동하고, 주식시장의 모든 종목 거래가 20분간 중단된다. 특정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선다.

2단계는 지수가 15% 이상 하락하면서 1단계 발동 지수보다 1% 이상 더 빠져야 발동한다. 20분 중단은 동일하다. 3단계는 20% 이상 하락 + 2단계 대비 1% 추가 하락이며, 이때는 중단이 아니라 그날 장이 그대로 끝난다. 각 단계는 하루 한 번씩만 발동할 수 있다.

시간 규정에 재미있는 비대칭이 있다. 1·2단계는 장 종료 40분 전 이후에는 발동하지 않는다. 장 마감 직전에 20분을 세워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3단계는 40분 전 이후에도 발동한다. 어차피 그날 장을 닫는 조치라서 시간이 늦었다는 게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한국 서킷브레이커는 하락에만 걸린다. 급등해도 지수는 멈추지 않는다. 반대로 사이드카는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걸린다.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보는 것선물 가격현물 지수
코스피 기준코스피200 선물 ±5%, 1분 지속지수 -8% / -15% / -20%, 1분 지속
코스닥 기준코스닥150 선물 ±6% + 지수 ±3%지수 -8% / -15% / -20%, 1분 지속
멈추는 것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전 종목 매매거래
시간5분20분(3단계는 당일 장 종료)
방향상승·하락 모두하락만
하루 횟수1회단계별 각 1회
늦은 시간14:50 이후 미발동1·2단계 미발동, 3단계는 발동

그 20분 동안 내 주문은 어떻게 되나

서킷브레이커 동안 주문이 대기하고 재개 뒤 단일가로 새 균형점을 찾는 모습

여기가 실전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면 취소호가를 제외한 호가 접수가 중단된다. 즉 20분 동안 새 주문은 넣을 수 없고, 이미 낸 주문의 취소만 가능하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저가에 담고 싶어도 담을 수 없다. 미체결로 걸려 있던 지정가 주문은 살아 있되 체결되지 않은 채로 대기한다.

20분이 지나면 곧바로 정상 거래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이후 10분간 단일가매매 호가 접수를 받고, 모인 주문을 하나의 가격으로 한꺼번에 체결시킨 뒤 접속매매를 재개한다. 발동부터 정상화까지 실질적으로 30분이 걸린다는 뜻이다. 재개 첫 가격은 20분간 쌓인 공포와 저가매수가 한 번에 부딪쳐 결정되기 때문에, 중단 직전 가격과 상당히 벌어진 채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20분 뒤에 팔면 되겠지"라는 계산이 자주 빗나가는 이유다.

사이드카 때는 이런 일이 없다. 내 주문은 계속 나가고 계속 체결된다. 다만 호가창을 채우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5분간 사라지므로 호가가 얇아지고, 5분 뒤 그 물량이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한 번 더 출렁이는 일이 흔하다.

VI는 시장이 아니라 종목의 브레이크다

개별 종목이 갑자기 급등락할 때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되는 것은 변동성완화장치(VI)다. 참조가격 대비 10% 이상 벌어지면 정적 VI, 직전 체결가 대비 순간적으로 크게 튀면 동적 VI가 걸린다. 하루에도 수십 종목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시장 전체와는 무관하다. 종목 하나가 멈춘 것과 시장이 멈춘 것을 같은 뉴스로 읽으면 안 된다.

발동은 신호이지 바닥이 아니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발동된 뒤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장에서 13일과 19일 두 차례 되살아났다. 한 달 안에 두 번 걸린 것은 그때가 유일하다. 2024년 8월 5일에는 엔캐리 청산과 미국 침체 공포가 겹치며 코스닥이 오후 1시 56분, 코스피가 오후 2시 15분에 멈췄고, 2026년 3월에는 중동發 충격이 같은 일을 반복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제로 발동된 사례는 모두 1단계, 즉 8% 요건이었다. 15%와 20% 문턱은 아직 한 번도 밟히지 않았다.

발동됐다는 사실 자체는 “충분히 빠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2020년 3월 13일에 한 번 멈췄던 시장은 그 뒤로도 계속 밀렸고, 엿새 뒤인 19일에 또 한 번 멈춘 다음에야 저점을 찍었다. 제도는 하락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하락 속도를 늦춰 호가와 판단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장치다. 그 20분이 누구를 위한 시간인지는, 그 20분에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둔 사람만 알 수 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