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식 2026년 8월 14일

이익 난 종목은 2.18배 더 잘 팔린다 — 익절은 빠르고 손절은 없는 계좌의 구조

계좌를 열면 두 종목이 있다. 하나는 +8%, 하나는 -22%다. 오늘 현금이 필요해서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대부분 +8%짜리를 판다. 이유는 대개 이렇게 설명된다. “저건 이미 벌었으니 챙기고, 이건 아직 안 팔았으니 손해가 확정된 게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선택을 수십만 명이 수백만 번 반복한 기록을 모아 보면, 이런 습관을 가진 계좌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계좌보다 나빴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한국 개인투자자에게서 측정된 크기

자본시장연구원 김민기·김준석 연구위원의 2022년 보고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는 국내 개인투자자 17만 6천 명의 521만 개 포지션을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일별로 추적했다.

핵심 수치는 이렇다. 보유기간 수익률이 플러스인 포지션의 매도 확률이 수익률 0 이하인 포지션의 2.1821배였다. 같은 조건이라면 이익 난 종목을 팔 확률이 물린 종목의 두 배가 넘는다.

성과는 어땠을까. 같은 보고서에서 처분효과가 강한 투자자 그룹의 10일 누적수익률은 0.73~1.07%였던 반면, 반대 성향을 보인 그룹은 1.71%였다. 처분효과는 투자 경험이 적을수록, 가치평가가 어려운 종목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테런스 오딘의 1998년 논문 〈Are Investors Reluctant to Realize Their Losses?〉는 1987~1993년 1만 개 계좌를 분석해 이익 포지션의 실현 비율(PGR)이 0.148, 손실 포지션의 실현 비율(PLR)이 0.098이라고 보고했다. 약 1.5배다.

이 논문에는 더 뼈아픈 대목이 있다.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이익 종목이, 계속 들고 있던 손실 종목보다 이후 1년간 평균 3.4%포인트 더 올랐다. 판단이 정확히 거꾸로였다. 30년 가까이 지나 시장도 나라도 다른데 결과가 비슷하다는 건, 이게 특정 시기의 실수라기보다 꽤 보편적인 습관이라는 이야기다.

왜 손실은 붙잡고 이익은 놓는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이다. 사람은 이익 영역에서는 위험을 피하고 손실 영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기운다. +8%짜리 앞에서는 “이 정도면 됐다, 도로 뱉기 전에 확정하자"가 되고, -22%짜리 앞에서는 “여기서 팔면 정말 잃는 거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가 된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날 서로 다른 위험 성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손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크다. 팔지 않은 손실은 화면 속의 숫자로 남지만, 팔아버린 손실은 내 판단이 틀렸다는 기록이 된다. 계좌의 마이너스보다 이쪽이 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매도 버튼을 누르는 일이 종목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자기 판단에 대한 채점처럼 느껴진다.

기준점 문제도 있다. 사람의 손익 감각은 절대 금액이 아니라 어떤 기준선 대비로 작동하는데, 개인 계좌에서 그 기준선은 거의 항상 내 매수 단가다. 그런데 이 숫자는 나 말고 아무도 모른다.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모르고 기업 실적도 그 값과 무관하게 나오는데, 매도 결정만 그 숫자를 중심으로 내려진다.

한국 시장에는 사정이 하나 더 있다. 미국에서는 손실을 실현하면 다른 이익과 상계해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tax-loss harvesting) 손절할 금전적 이유가 생긴다. 그런데도 오딘의 데이터에서는 처분효과가 나타났고, 절세 매도가 몰려야 할 연말에도 완전히 상쇄되지 않았다. 반면 국내 상장주식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양도차익에 세금이 없어 손실을 실현할 세제상 유인이 거의 없다. 미국 투자자를 그나마 붙잡아주는 장치가 국내에는 아예 없다.

수급 통계로는 증명되지 않는다, 다만 결이 같다

지난주 국내 시장에도 비슷한 결의 장면이 있었다. 8월 6일 코스피가 4.58% 급락한 날, 외국인이 3조 3,274억 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홀로 3조 3,387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8월 10일 코스닥이 6.97%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까지 걸린 날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이는 사이 개인이 6,729억 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이 두 숫자를 처분효과의 증거로 쓰면 안 된다. 시장별 일별 수급 합계는 수십만 명의 서로 다른 사정이 상쇄된 결과이고, 개별 계좌의 매수 단가 대비 손익은 그 안에 들어 있지 않다. 급락일의 개인 순매수에는 계획된 분할매수도 신규 진입도 섞여 있다. 수급 데이터를 심리의 증거로 쓰는 건 수급 읽기 편에서 짚은 대표적인 과잉해석이다.

그래도 결은 비슷하다.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파는 흐름 자체는 앞의 계좌 단위 연구가 말하는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다. 통계로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이고, 내 계좌에서 그게 사실인지는 내 거래 기록을 봐야 안다.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거창한 분석이 필요 없다. 지난 1년치 매매 내역을 열고 두 가지만 세어 보면 된다.

먼저 실현한 거래의 평균 보유 기간을 이익 거래와 손실 거래로 나눠 본다. 이익 거래의 평균 보유일이 손실 거래보다 짧다면 처분효과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이익은 며칠, 손실은 몇 달 단위로 갈린다.

다음으로 지금 계좌에 남아 있는 종목의 손익 분포를 본다. 남아 있는 종목이 대부분 마이너스라면 팔린 것들이 플러스였다는 뜻이니, 계좌가 사실상 팔지 못한 종목의 보관함이 되어 있는 셈이다.

두 가지가 확인되면 문제는 종목 선택보다 매도 규칙 쪽에 있다. 매수 근거만 있고 매도 근거가 없으면 매도 시점은 그때그때 기분이 정하게 된다.

무엇을 바꿔야 하나

살 때 팔 조건을 같이 적는다. 진입 근거가 무너지는 조건, 감당할 최대 손실, 목표 구간을 매수 주문 전에 문장으로 남겨둔다. 손실 화면을 보면서 만든 규칙은 아무래도 나에게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분할매수 편에서 분할매수와 물타기를 가르는 선이 “사기 전에 계획했는가"였던 것과 같은 이야기다.

매도를 손실 확정이 아니라 자금 이동으로 본다. 판단 기준을 이렇게 바꿔보면 된다. “이 종목을 지금 가격에, 지금 처음 사겠는가?” 아니라면 계속 보유하는 것도 새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질문에는 매수 단가가 등장하지 않으니 -22%라는 숫자를 판단에서 덜어낼 수 있다.

종목이 아니라 계좌 단위로 본다. 처분효과는 종목별 손익을 따로 계산하는 습관에서 자란다. 열 종목의 개별 손익 대신 계좌 전체의 잔고 곡선을 보면, 무엇을 팔지가 감정보다는 비중과 기대의 문제로 바뀐다.

단가 표시를 줄인다. 관심 화면에서 수익률 칸을 접어두거나 정렬 기준을 손익률에서 비중·거래대금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판단이 달라진다. 손익률 순으로 정렬된 화면은 아무래도 이익 난 종목부터 팔게 만든다.

팔지 못하는 이유를 문장으로 써 본다. “실적이 회복될 것 같아서"는 판단이지만 “여기서 팔면 손해가 확정되니까"는 감정에 가깝다. 후자가 나온다면 그건 종목에 대한 진단이 아니다.

이익 난 종목을 파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파는 이유가 이익이 났다는 사실 하나뿐일 때가 문제다. 잘 가는 종목을 잘 간다는 이유로 팔고 무너진 종목을 무너졌다는 이유로 붙잡으면, 계좌에는 결국 안 팔린 것들만 쌓인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