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주 코스피200은 나흘 동안 -11.55%, -6.18%, -1.66%, +19.98%를 기록했다. 네 숫자를 더하면 +0.59%가 나온다. 그런데 나흘 전 1,069.22였던 지수는 1,046.81로 끝나 실제로는 -2.10%다. 2.7%포인트가 비는데,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원래 더하면 안 되는 숫자를 더한 탓이다. 이 차이는 시장이 사나울수록 커진다.
등락률은 왜 더하면 안 되나
수익률의 기준점이 매일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의 -10%는 어제 종가를 기준으로 한 -10%이고, 내일의 +10%는 오늘 종가를 기준으로 한 +10%다. 기준이 다른 비율끼리는 더해도 의미 있는 값이 나오지 않는다.
10,000원짜리 주식이 하루 -10%, 다음 날 +10% 움직였다고 해보자.
| 시점 | 등락률 | 주가 |
|---|---|---|
| 시작 | — | 10,000원 |
| 1일차 | -10% | 9,000원 |
| 2일차 | +10% | 9,900원 |
더하면 0%인데 실제로는 -1%다. 1일차에 원금의 10%가 사라진 뒤라, 2일차의 +10%는 1만 원이 아니라 9,000원에 붙는다. 손실은 큰 금액에서 떼어가고 회복은 줄어든 금액 위에서 이뤄지니 왕복해도 본전에 못 미친다.
등락 폭이 커지면 이 손실은 빠르게 불어난다.
| 하루 등락 폭 | -x% 뒤 +x% | 최종 손익 |
|---|---|---|
| ±10% | 0.90 × 1.10 | -1.0% |
| ±20% | 0.80 × 1.20 | -4.0% |
| ±30% | 0.70 × 1.30 | -9.0% |
| ±50% | 0.50 × 1.50 | -25.0% |
깎이는 폭이 손실률의 제곱을 따라간다. 등락 폭이 두 배면 손실은 네 배가 된다. 시장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계좌는 제자리에 못 오는 셈인데, 이걸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이라고 부른다.
지난주 코스피에서 실제로 얼마가 샜나
숫자가 있으니 직접 재보자. 8월 첫째 주 코스피 일별 등락률은 -5.12%, +1.62%, +3.76%, -4.58%, -0.60%였다.
산술평균을 내면 하루 -0.98%다. 그런데 6,595.45로 시작한 지수는 6,258.77로 끝났다. 5거래일 누적 -5.10%, 하루로 환산하면 -1.04%다. 매일 0.06%포인트씩 새어나갔다.
이 0.06%포인트는 우연이 아니다. 변동성 끌림의 크기는 근사적으로 분산의 절반, 그러니까 표준편차의 제곱을 2로 나눈 값이다. 저 다섯 개 숫자의 표준편차는 3.45%이고, 3.45%의 제곱을 2로 나누면 0.0595%가 나온다. 관측된 0.06%포인트와 사실상 같다.
그러니 변동성은 그 자체로 비용이라고 봐도 된다. 방향을 못 맞혀서 잃는 게 아니라, 흔들린다는 사실만으로 매일 일정량이 빠져나간다. 잔잔한 시장에서는 신경 쓸 수준이 아니다. 표준편차가 1%인 장이라면 하루 0.005%에 그친다. 반면 7월 말처럼 하루 10~20%가 오가는 장에서는 이 항이 수수료보다 훨씬 커진다.
레버리지가 이 비용을 제곱으로 키운다
변동성 끌림이 분산에 비례한다면, 수익률을 2배로 뻥튀기하는 상품의 분산은 4배가 된다. 끌림도 4배다.
앞서 본 코스피200의 나흘을 그대로 2배로 따라간 상품이 있었다고 하자. 일별 수익률은 -23.10%, -12.36%, -3.32%, +39.96%가 된다.
| 날짜 | 지수 등락 | 2배 상품 일별 | 지수 누적 | 2배 상품 누적 |
|---|---|---|---|---|
| 7/28 | -11.55% | -23.10% | -11.55% | -23.10% |
| 7/29 | -6.18% | -12.36% | -17.02% | -32.60% |
| 7/30 | -1.66% | -3.32% | -18.40% | -34.84% |
| 7/31 | +19.98% | +39.96% | -2.10% | -8.81% |
지수는 -2.10%로 끝났다. 2배 상품이라면 -4.20%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8.81%로, 지수 손실의 네 배가 넘는다. 몇 배까지 벌어지는지는 지나온 경로마다 다르지만, 흔들림이 클수록 배수가 커지는 방향은 같다. 실제 ETF라면 여기에 운용보수와 추적오차, 롤오버 비용이 더 얹힌다.
레버리지 ETF 안내에 “하루를 초과하는 기간에는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품들은 누적 수익률의 2배가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하루짜리 약속을 여러 날 이어 붙이면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은 그만큼 못 돌아온다.
그래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오래 들고 가려면 방향뿐 아니라 지나갈 경로까지 어느 정도 예상이 서야 한다. “결국 오를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고 오를 것"에 가까워야 한다.
원금 회복은 하락과 대칭이 아니다
같은 산술이 손실 복구 쪽에서도 작동한다. 원금을 되찾는 데 필요한 상승률은 손실률보다 항상 크고, 손실이 깊어질수록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
| 손실률 |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 |
|---|---|
| -10% | +11.1% |
| -20% | +25.0% |
| -30% | +42.9% |
| -50% | +100.0% |
| -70% | +233.3% |
지난달이 이 표의 실물 사례였다.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7월 30일 5,593.56까지 -34.0% 밀렸다. 이 지점에서 원금을 되찾으려면 +51.5%가 필요하다. 7월 31일에 +17.91%라는, 한국 증시에서 손에 꼽을 만한 하루가 나왔는데도 그 하루로 메운 건 필요한 상승분의 3분의 1 남짓이었다.
그래서 큰 손실을 피하는 일이 큰 수익을 노리는 일보다 먼저다. -50%를 한 번 맞으면 그 뒤로 +100%를 벌어야 겨우 출발선인데, +100%는 아무 해에나 오지 않는다. 손절 규칙이나 포지션 크기 제한이 답답해 보여도 유지되는 건 그것들이 수익을 늘려줘서가 아니라 이 표의 아래쪽 칸으로 내려가지 않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을 볼 때 무엇이 달라지나
우선 일별 등락률을 더해서 기간 성과를 가늠하지 않게 된다. 특히 급등락이 섞인 구간에서는 합계가 실제보다 후하게 나온다. 기간 수익률은 시작 값과 끝 값을 직접 나눠서 구하면 된다.
평균 수익률이라는 표현을 볼 때도 산술인지 기하인지 확인하게 된다. “연평균 수익률 8%“가 산술평균이라면 실제 자산 증가율은 그보다 낮다. 변동성이 클수록 차이가 벌어지는데, 내가 손에 쥐는 쪽은 언제나 기하평균이다.
마지막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국면에서는 같은 전략이라도 복리로 쌓이는 성과가 깎인다는 걸 감안하게 된다. 매매 판단을 바꾸지 않았는데 성적이 나빠졌다면 실력이 준 게 아니라 시장의 마찰이 커진 것일 수 있다. 이럴 때 대응은 매매 횟수를 늘리는 쪽보다 노출을 줄이는 쪽이 맞다. 하루 4~5%가 예사로 오가는 장에서 평소와 같은 금액을 넣는다면, 같은 판단을 훨씬 큰 베팅으로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수가 나흘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말과 내 계좌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말은 다르다. 그 간격을 만드는 건 시장이 어느 쪽으로 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흔들렸느냐다.
급락 구간에 자동으로 걸리는 제도적 브레이크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편에, 나눠 사는 방식이 이런 장에서 무엇을 지켜주고 무엇은 못 지키는지는 분할매수 편에 정리해 두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